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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김영갑 1957 ~ 2005 : Wind ... Field ... Oreum ... Cloud
[저 자] : 김영갑
[출판사] : 다빈치
[가 격] : 45,000
[출판일] : 2006년 5월
[현상태] : 판매중
[기 타] : 1310g / 305 x 206㎜
[도서소개]
그 섬에 그는 흙으로, 풀로, 바람으로 돌아 왔네
‘뭍의 것’으로서 제주도에 홀려 반평생을 그곳의 바람과 구름과 함께 흘러 다니다 그곳의 흙으로 돌아간 사내가 있다. 그 섬은 댕기머리 차림의 건장한 사내를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는 끝없는 인내심을 가지고 더 깊이 섬의 속내로 파고들었다.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을 뭍에 두고 떠나왔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다. 그의 옆에는 늘 사진기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그는 자신을 외로움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무언가 하나에 몰입하려면, 그 섬이 쉽게 내보이지 않는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으려면, 절대 고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섬은 하루 종일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 날들이 몇 날 며칠 계속되었고, 그렇게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섬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보였다. 우선 들판의 야생화와 풀벌레들이 그를 반겼다. 섬 여기저기에 봉긋봉긋 솟아오른 오름들은 그를 품에 안았다. 한라산이 그를 보듬으면 구름들은 그에게 황홀한 순간을 맛보였다. 늘 함께한 그의 사진기는 이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들판의 다양한 모습을, 야생화의 잔잔한 노래를, 오름의 포근함을, 안개의 은은함을, 눈 ? 비 ? 바람의 가녀린 속삭임과 때로는 거친 숨소리를, 사진기는 그의 눈과 손, 발, 그의 온몸이 느끼는 것을 기록해두었다.
섬을 너무도 사랑하여, 그 부끄러운 속살을 보고 싶어 애타하는 그를 섬은 아예 데리고 가, 섬 그 자체로 만들기로 했다. 그의 일편단심 사랑에 대해, 섬은 그녀만의 것이 되어 달라고 욕심을 부렸다. 주위 친구와 가족들이 너무 이르다고 성화했지만, 섬의 결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도 놀랐다. 거절도 해보았다. 그러나 이내 조용히 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대신 그는 자신의 사진 작품들을 그의 자리에 남겨두기로 했다. 그는 섬의 심술궂은 비바람과 수줍은 안개를 피해 자신의 작품들을 위한 아늑한 공간을 마련하려고 돌을 지어 날랐다. 그가 바람이 되어 돌아와 계속 노래할 수 있는 공간, 그의 노래를 그 섬을 찾은 이들이 마음 편히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한 후, 그는 고요히 섬이 되었다.
그 사내, 사진작가 김영갑이 이 세상을 떠나 섬의 흙으로, 바람으로 섬과 하나가 된 지 일 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들추어 낸 부드러운, 섬세한, 숨이 막힐 듯 거칠다가 어느 순간 평화로워지는 섬의 속살이 이제 한 권의 책 속에 담겼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우리는 섬의 푸르른 들판에 서 있거나 꽃이 가득한 밭 한 가운데에서 그 향기에 취해 있게 된다. 또는 거센 바람에 맞서 몸을 가누려고 애쓰는 억새와 함께 있거나 둥그스름한 오름에 올라 멀리 보이는 풍광을 바라보게 된다. 마치 그가 그 섬의 은밀한 곳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깨닫는 그 순간을 함께 하는 듯이. 고독한 오랜 기다림 후에 얻은 제주의 삽시간의 황홀을 사진으로 남겨둔 덕분에, 우리는 편히 앉아서 그가 전하는 제주의 참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자, 책을 한 장 넘겨 그가 사진으로 노래하는 제주를 온몸으로 들어보자. 또 한 장 넘겨 그의 노래에 화답하는 그 섬의 노래를 들어보자. 이제 하나가 되어 영원히 함께 부르는 그들의 사랑의 노래를.
[저자소개]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섬 곳곳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이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을 피우는 사진들을 위한 갤러리를 마련하려고 버려진 초등학교를 구하여 초석을 다질 무렵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루게릭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렇게 하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투병 생활을 한 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고이 잠들었고, 그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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